조용필 Discography (10)
'77년도 대학가에서 애창되는 히트송 모음집
발매일: 1977년 3월
레이블: 오아시스레코드 (OL-1906)
유형: 옴니버스
매체: LP
조용필의 '선사시대' 디스코그라피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음반입니다.
조용필이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취입한 곡들이 언제 녹음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음반에 최초로 수록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습니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에 따르면 이 음반과 [톱 가수 4인의 특선집](1980)에 동일한 음원 네 곡이 수록되었고 1973년의 한 옴니버스 음반에 '이별의 순간'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보컬·연주의 특색이나 원곡의 발표 시기 등을 감안하면 이 음원들은 킹프로덕션 이전, 즉 [너무 짧아요](1976)보다 앞선 시기에 녹음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별의 순간' 이외의 곡들도 이전에 발표된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자 오아시스레코드에 남긴 곡들을 모아 1977년 봄에 다른 가수들의 곡들과 함께 발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는 한 곡씩만 수록된 반면 조용필의 노래는 네 곡이 수록된 것으로 당시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선구자'도 조용필이 부른 것으로 적혀있지만 실은 조영남의 곡입니다).
스타덤의 희열도 잠시, 조용필은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결국 1977년 5월에 은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절치부심하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음악을 그만두고 2~3개월은 지낼 만했다. 이회택(축구 선수) 형과 한 달 가까이 낚시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니 몸도 가뿐했다. 무역 회사를 경영하던 회택이 형의 한 친구는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취직이나 하라며 자기 회사에 내 이름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점차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음악을 못 하게 된 걸까'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끝난 일, 빨리 잊어야지' 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던 어느 날, 1977년 여름이었다. TV 드라마를 무심코 보고 있는데 '한오백년'이라는 창이 들렸다. 저녁놀이 깔린 강물을 노 저어 가는 뱃사공의 영상이 배경에 깔리며 들리는 구성진 가락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내 가슴을 흔들어댔다. '바로 저거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라는 가사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의욕이 마구 솟구친 나는, 그 길로 뛰어나가 레코드 가게를 뒤졌다. '한오백년'이 들어있는 판은 모조리 구했다. 판을 가지고 집에 들어간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뼈를 깎는 발성 연습에 들어갔다. 내가 갈 길은 죽도록 노래를 불러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고 나면 목만 쉬고 바라는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집에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내장산, 속리산, 동학사, 범어사 등 명산대천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판소리하는 사람들이 폭포수 밑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났던 것이었다. 조금씩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자 진도아리랑, 성주풀이, 흥부전까지 시도해보았다.
탁성을 내려고 하다 보면 목과 목젖이 계속 부딪쳐 간지럽기 짝이 없었고, 그래도 참고 계속하면 뱃속에 있는 것이 다 쏟아져 나왔다. 토하고 토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양동이를 갖다 놓고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를 질러댔다. 토할 것마저 없어지자 목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목이 부어 침도 못 삼킬 정도가 됐지만 달걀을 계속 먹어가며 참았다. 어느 날은 목소리가 아예 나오질 않아 벙어리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6개월 정도 수도승 같은 고행을 계속하자 탁성을 내도 목이 간지럽지 않고 구역질이 나오지도 않았다. 목이 트인 것이었다. 과거 밴드 시절 그렇게 불러보려 해도 되지 않았던, 전형적인 허스키 보이스를 가진 로드 스튜어트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고, 흥부전의 한 토막인 '흥부가 놀부에게 구걸하는 장면'이나 '매 맞으며 집에 오는 장면' 같은 창은 판소리 원단보다도 더 멋들어지게 부를 수 있었다. 흥부전의 이 대목은 '대마초 가수 해금' 이후 컴백 쇼를 열었을 때 자랑스럽게 불렀던 곡이기도 하다."
- 조용필 (1988) 『나의 노래, 나의 사랑』
B1. 이별의 순간 <원곡: 키 보이스 (1970)>
B2. 정 [1st Version] <원곡: 방주연 (1972)>
B3. 길 잃은 철새 [1st Version] <원곡: 최희준 (1965)>
B4. 사랑의 그림자 <원곡: 김영준 (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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